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핍박당하다 한국에 온 이집트인이 법원으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서태환)는 이집트인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불허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는 개종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집트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지만 사실상 이슬람 외의 종교를 박해하고 있고 개종자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국가정보국에서 따로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A씨가 이집트에서 실제로 받은 박해는 한두 차례의 구타, 결혼 및 구직 제한 등이지만 향후 (이집트로) 돌아가면 생명·신체에 대한 위협까지 존재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가 대학에서 이슬람을 공부해 종교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음에도 기독교로 개종, 일반 개종자보다 더 심한 박해를 받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슬림 가정에서 자란 A씨는 이맘(이슬람 성직자)이 되기 위해 1994년 카이로대학에 입학했지만, 이슬람 교리에 회의를 품고 현지 교회를 다니며 기독교로 개종했다. 이후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조사를 받고 이웃과 친척들에게 핍박을 당하다 2006년 한 선교단체의 도움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난민 신청을 했지만 법무부가 불허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앞서 2007년 1월에도 이집트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한국으로 피난 온 B씨를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국민일보, 2010.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