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한국의 갈등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명저로 꼽히는 ‘제7의 인간’이라는 책이 있다. 영국 소설가이자 미술비평가인 존 버거와 사진

작가 장 모로가 펴낸 이 사진 르포집은 1970년대 초반 유럽으로 온 이민노동자들의 고달픈 삶

을 보여준다. 열정적인 취재에서 저자들이 도달한 결론, 즉 ‘기계를 가진 자들에게 인간들이

주어지는 것’이라는 진술은 인간적으로 아프다.

유럽의 다문화주의는 이런 양식과 관용 위에서 출발했다. 대부분 유럽의 지식인들이 이민자

를 위한 인류보편의 양식과 관용을 주창했다. 그러나 이런 관점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인지를 묻고 싶다. 그 일단의 대답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2010년 10월 16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2011년 2월 5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2011년 2월 9일)

등이 자국에서 다문화주의가 실패했음을 공식 인정한 발언이다. 유럽에서 다문화주의의 실패

는 현재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에서의 다문화주의란 한마디로 이슬람권 이민자들의 동화정책을 의미하는 것이다. 두 가

지 측면에서 살펴볼 것이 있다. 하나는 유럽 사회가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을 평등하게 대우

해 주고 있는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슬림이 유럽 사회의 규율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

아들이려고 하는지에 대한 유연성의 문제다.

첫째 질문에 대해 유럽은 학교에서의 아랍어·아랍문화에 대한 교육, 이슬람 사원 건립허용, 이

민자를 위한 TV프로그램 운용 등의 노력을 예로 든다.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유럽이 어

느 지역보다 열린 다문화정책을 펼쳐온 것은 사실이다. 둘째 질문에 대한 무슬림의 대답은 단

호하다. 무슬림은 동화정책과 다문화정책이 이슬람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받아들

이기 때문에 유럽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유연성을 발휘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단 거주와 공

영역에서의 정교(政敎)일치,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의 준수를 강조한다.

유럽의 경험으로 보자면 무슬림이 증가함에 따라 치안불안, 테러의 증가, 정치적 긴장이 확산

된다. 사실상 종교의 자유와 남녀의 평등을 보장하지 않는 이슬람문화가 다른 사회에 유입돼

호스트 사회의 규범과 문화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다. 유럽의 지도자들

이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고 인정한 내용이 바로 이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한국의 다문화주의를 생각해 봐야 한다. 2010년 말 현재 국내 체류 외

국인 수는 불법체류자 약 17만명을 포함해 125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이슬람 인구

가 20만명에 육박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이슬람 인구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진행되는 민주화운동의 영향으로 아랍을 떠나려는 젊은이

들이 증가하고 있고, 이 중 상당수가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10년 후 한국에

서의 무슬림 인구는 100만명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100만명, 즉 무슬림 인구가 전체의

2%가 되면 사회갈등이 불가피해진다고 한다.

무슬림이 한국에 오는 것은 개인의 코리안 드림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무슬림 드림을

실현시키기 위해 오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무슬림이 일정 규모로 존재하는 곳에는 이슬람

의 세계전략이 정밀하게 작동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다민족 사회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다문화주의의 실제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문화

주의가 이룩해야 할 성취뿐만 아니라 많은 부수적인 문제와 갈등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이슬람 문화에 대해 문맹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얼마 전 우리사회를 달궜던 수쿠

크법 도입 논란에서도 보여줬듯 이슬람에 대한 이해는 백지나 다름없어 보인다. 보편적인 인

권이나 평등의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인류의 가치다. 호스트 사회는 유입되는 무슬림의 인권

과 평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타문화권으로 오는 무슬림은 (종교선택의)자

유와 (남녀)평등을 실천하고 갈등을 해소시키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

수석 논설위원 soon@kmib.co.kr


 

- 2011년 5월 3일자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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